미녀와 야수를 봤다

한 줄 평. 격하게 원작 애니를 보고 싶어짐.


사실 내 기억에는 저런 장면이 없던 것 같으다(...) 어쨌거나 이하는 스포 주의.

1. 예고편을 보며 벨이 좀 이상한 여자인 줄 알았다. 왜냐면 빵 가져가면서 돈을 안 주는 거 같길래. 근데 영화로 보니까 동전 넣는 소리가 들려서 다행. 난 정말 예고편 보면서 쟤가 빵집 삥땅 뜯는 줄 알았음요-_- 저래서 동네 사람들에게 이상하단 소릴 듣는 걸까...하고.

1-1. 하지만 애들 빨래하고 있는 그 위로 지나가는 심보는 대체... 쟤가 밟고 갈까봐 다들 급하게 빨래 치우잖아!

1-2. 그냥 이상한 얘기니까 시리즈로 넣자면... 쟤 왜 대체 치마 한 쪽을 허리에 끼고 다니는 건데? 일할 때 거추장스러워서 그런 거라면,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그러고 그냥 동네를 막 다님. 쟤 말곤 저러고 다니는 여자들이 없음. 뭐가 불만이냐면 그래서 안 예뻤다ㅠㅠ 그렇잖아도 매우 현실적이게 거의 단벌 차림인데(물론 주인공이라 가장 옷을 자주 갈아입기는 함) 툭하면 치마 절반이 위로 들려서 치마 라인이 안 살아ㅠㅠ 더불어 얘가 치마 매무새 다듬는 장면이 하나도 없음. 그냥 계속 저러고 다니다 어느 순간 치마가 제정신이 되어있음(...)

1-3. 생각해보니 옷을 제법 다양하게 입기는 했네. 근데 만날 겨울인 성에서 입고 다니기엔 좀 얇게 보이는 차림이 많아서, 보는 내가 추웠음. 특히나 그 노란색 드레스 입고 그냥 뛰쳐나갔을 때는 '!!!'했음. 서양인들은 추위에 강하다더니 그래서 그런가...

2. 원작 애니에선 아버지가 발명가였는데, 영화에서는 벨이 발명가라 하더라. 근데 별로 발명가 같아 보이지는 않음. 기껏해야 당나귀 동력 빨래 기계(??)정도? 그것 말고는 아버지가 찾는 도구 재깍 갖다 주는 거 말고는 재주가 안 보임. 더불어 아버지 직업은 더욱 오리무중이 되었다. 처음엔 오르골 만드는 사람인가 했는데...

2-1. 오르골 얘기하니까 말인데, 그 정성껏 만들었던 오르골은 대체 왜 가지고 나갔던 걸까. 한 번 내팽개쳐져서 나중에 벨이 아버지 찾으러 가는 길에 보인 거 말고는 두 번 다시 안 나옴. 그렇게 하기엔 너무 환상적으로 예쁜 오르골이었는데! 심지어 자기 가족이 모티브인 물건이었잖아, 그거! 물론 딸내미가 감금 당한 상황에서 그걸 찾을 정신머리가 안 날 수는 있겠지만, 되게 거창하게 나왔는데 별거 아니라 매우 아쉬웠다. 사실 난 야수의 성보다 그 작은 오르골이 더 마음에 들었었구만!

2-2. 당나귀 동력 빨래 기계(...)의 경우 거품이 너무 많이 나서, 저거 공동 우물에서 저런 거 돌려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살짝. 게다가 우물가에 당나귀가 실례라도 하면 어떡해. 내가 봤을 땐 벨이 다른 여자애한테 글을 가르쳐주지 않았아도 혼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 해놓은 빨래 패대기 친 마을 사람들이 잘 했다는 건 절대 아님. 왜 남의 집 빨래를 그렇게 하냐, 이 못된 양반들아!

3. 벨의 성격이 참... 이상하단 생각이 드는 게, 개스톤 왜 그렇게 싫어하지? 무식해서? 근데 개스톤의 무식함이 영화 중에 잘 어필되었는가 하면 그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다 무식한 상황이고, 그나마 벨을 이상한(재미있는) 여자라고 하는 와중에 (비록 얼굴을 보고 그런 거긴 하지만) 개스톤은 좋다고 다가와주잖아. 저 마을 사람들 중에 개스톤이 안 된다면, 나머지 남자들은 당연히 다 안 되는 거다. 왜냐하면 똑같이 다 무식하니까! 아니면 유식하다고 책 빌려주는 아저씨에게 작업 걸 것도 아니잖아, 벨이.

3-1. 벨이 개스톤을 싫어하는 이유를 '무식해서' 말고 다른 납득 갈만한 이유를 제시해줬어야 했다고 본다. 물론 벨이 모습을 감춘 후의 개스톤은 아주 인성 바닥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만, 그걸 벨이 눈치 챌 만한 그 무언가도 영화는 관객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다고! 설마 개스톤이 밭의 채소를 존중해주지 않는 모습에서 벨이 그걸 발견했다고 할 생각은 아니겠지, 제작진들...

3-2. 더불어 그 똑똑하다는 벨이 좋아하는 게 기껏 로맨스 소설이라는 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냥 로맨스가 아니라 셰익스피어다!!라고 한다면 뭐... 근데 생각해보니 왜 프랑스 여자애가 셰익스피어를 읽고 있는 거지? 프랑스에는 로맨스 소설 없었나? 아니면 셰익스피어가 국적을 극복하고 프랑스에서도 사랑받았던 건가... 다시 보니 후에 나오는 아서왕 이야기도 영국 거야! 저 두 나라 서로 앙숙 아니었어? 아니면 당시엔 아직 사이 좋았나???? 참고로 벨이 읽은 책은 영어였을까, 불어였을까... 중간에 걔가 딴 여자애한테 읽어준 책은 아마 불어였을 것 같은데, 솔직히 대충 봐서 자신은 없다...) 물론 저 동네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이 그따위 밖에는 없었다고 하면 하는 수 없다. 하지만 벨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좋아하고, 3장까지는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왕자의 얘기를 노래하며 사랑하고 싶다고 노래하던가 그랬다. 그래. 물론 사랑 좋지. 하지만 난 더 똑똑한 벨을 원했던 모양이다. 유일하게 마을에서 책을 읽는, 무식한 남자를 극혐하는 벨의 애독서가 고작 로맨스 소설이라니, 내 벨이 그럴 리 없어...! 라는 식으로. 벨이 아쉽다기 보다는 벨의 캐릭터를 그렇게밖에 설계하지 못한 사람들이 아쉬운 거임ㅠㅠ
 
3-3. 야수가 정원에서 읽는 책도, 야수는 아서왕의 이야기라고 하는 반면, 벨은 그 이야기의 로맨스 부분을 주목하더라.

3-4. 솔직히 말하면 난 영화에서 사랑 타령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3-5. 그런데 왜 미녀와 야수를 보러 갔느냐 하면 예쁜 화면 보고 추억의 노래 들으려고.

4. 사실 화면은 기대에 조금 미치지 못했다. 분명히 대단하고 화려하기는 한데, 디테일이 보이지 않게, 빠른 속도로 훑고 지나가기만 하다니, 미술팀이 이를 갈았을 것 같은 기분이.

5. 노래는 기억하던 것보다 조금 더 많더라. 더불어 기억에 있던 노래의 경우, 저 노래의 가사가 원래는 저랬단 말이야?! 라며 자막 보고 경악했음. 나빴다는 건 아니다.

6. 동성애 코드가 있다던데, 난 알고 보는 건데도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 필터가 열 일하는 내가 봐도 이런 것으로 보아,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안 될 것 같은데, 어떤 나라에서는 저거 때문에 개봉을 못하게 하겠다느니 어쩐다느니 해서 흠...했음.

7. 말고 뭐가 더 있으려나... 어쨌거나 지금 생각하기엔 할 말 다 한 것 같은 기분이.

7-1. 할 말이 더 생각났다. 그 첫번째. 장미가 안 예뻐.

7-2. 두 번째. 비 아워 게스트인가? 그 노래 나오면서. 왜 말로는 우리 손님 돼 달라고 하면서 정작 먹을 건 스치지도 못하게 내는 족족 치워버린다. 그리하여 벨의 수확물은 맨 마지막의 푸딩 한 컵이 전부. 설마 야수에게 혼날 것을 염려한 직원 일동의 수작이었던 걸까... 영화 보면서 처음으로 벨이 불쌍했음.

7-3. 영화가 좀 길고 지루했다. 그래서 어느 부분이 늘어지고 불필요했는가 묻는다면 딱히 모르겠는데, 아무튼 보면서 좀 힘들었음. 이거 보고 나왔더니 어깨가 결려서 아직도 아프다ㅠㅠ 아무래도 며칠 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슬픔ㅠㅠ 어쩌면 이건 좌석 문제였을지도. 하지만 늘 가던 영화관인데, 어제만 유독 이상한 좌석에 앉았을 리가 없잖아. 엉엉.

7-4. 르푸는 대체 무슨 낙을 보려서 사비를 털어가며 개스톤 치켜세우는데 열과 성을 다하는가... 라는 생각이 약간. 설마 그것이 사랑?!

8. 그래서 결론은 한 줄 평으로도 이미 말했지만, 원작 애니를 보고 싶어졌다. 격하게.

덧글

  • 대건 2017/03/27 17:22 #

    저는 미세스 팟이 너무 이상하게 나와서 실망했지요....

    그리고, 억지로 배경 설정을 넣으려고 무리하다 보니, 벨 엄마의 흑사병이라거나, 마을 사람중에 성안의 인물의 배우자가 있다거나 하는 부분이 너무 이상했어요...
    마법으로 기억이 지워졌다지만, 시간은 지울 수 없을 텐데, 부부 중 한 명은 성에 있고, 한 명은 마을에 있어서 마법 풀려서 만날 정도이고, 무엇보다 칩 ( 미세스 팟 아들)이 그렇게 어리면 마법에 걸린 지 몇 년 안되었을텐데 말이죠.
    원래는 마법에 걸려서 몇 십년 지나서 다들 원래대로 인간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있던 차에 벨이 나타나는 이야기 였던거 같은데 말이죠.

    뭐 암튼, 저는 원작 애니메이션이 훨씬 좋았습니다. ^^
  • 여람 2017/03/27 18:22 #

    말씀 듣고 보니!! 저도 미세스 팟과 칩이 좀 무섭게 보여서ㅠㅠ 시간이 지나니 좀 적응이 되기는 했지만, 정말 이상하게 나왔던 거 같아요ㅠㅠ 한편, 어떤 해석에서는 마을에서의 시간과 성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원작이랑은 좀 달라진 부분이 있다더라고요. 하지만 잘 드러나게 된 연출은 아니라... 아쉽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덧글 감사합니다~
  • 라히오 2017/07/24 04:12 #

    3-2, 3-3, 3-4 어어엄청 동감입니다!! 개스통이 여자를 개인적인 한 사람으로 안 보는 부분을 벨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거라고 치고, 벨은 똑똑하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이지적인 사람이고자 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벨이 읽는 로맨스 소설이나 사랑 타령 하는 것이 너무 모순돼요. 저기 나오는 로맨스 소설 이야기가 벨이 추구하는 여성상을 인정해주거나 높게 쳐주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엠마를 배우로 잡고 좀 더 당당하고 깨어있는 똑똑한 여성, 을 내세우려 애쓴 것 같은데 디테일이 따라주질 못해서 곳곳에서 이상한 모양이 많이 보이게 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엠마의 벨은 좋았지만(야수한테 지지않고 맞대응하거나 하는 것도 보기좋고), 근데 사실 영화 시작부분부터 으응? 싶은 면은 좀 많았어요. 요정이 굳이 노파로 와서 외모 어쩌고 하는 것도 좀 그렇고. 사실 요정도 괜히 왕자한테 시비 터는 걸로밖에 안 보였어요. 왕자가 괜찮았단 건 아니지만, 뭐, 원작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나 싶고.
    그 와중에 초반의 무도회 장면이 참 눈이 즐거웠습니다. 예쁜 의상 너무 좋아요. >ㅅ<
    그나저나 정말 '진정한 사랑' 타령 지긋지긋한 와중에, 영화 전체에서 정말 사랑에 푹 빠져 헌신적이었던 개스통의 친구가 이 영화에서 가장 열연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잊혀지지가 않아요...
  • 여람 2017/08/01 11:33 #

    게다가 그 친구 나중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정의의 편(...)에 선 것도 기특했어요. ㅎㅎㅎ
    그에 반해서 계속 내리막 길만 걷게 된 개스통은 안습.
    까놓고 말해서 걔가 뭔 잘못을 했습니까, 하기는 시나리오 작가가 했지(...............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